<신곡 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_단테 알리기에리, 민음사
<천국편>_1곡~7곡
이제 천국을 여행할 단테는 승천에 앞서 변신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가 1곡에서 열심히 외치는 아폴론은 시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문학과 신학에 걸쳐있는 존재입니다. 지상의 문학(베르길리우스)에 신학(베아트리체)을 더하여 영감을 구하고 있는 셈이죠. 마치 글라우코스가 해초를 먹고 바다의 신으로 변하는 것 같이 단테도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존재에 더 가까이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하늘은 달의 하늘, 월성천입니다. 이곳에는 수녀들이 살고 있는데, 그녀들은 정략결혼의 희생자들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의 맹세를 따랐으나 폭력에 굴복해 버렸다 하여 가장 낮은 하늘에 머물고 있습니다. 고귀하지만 가변적인 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하늘, 수성천에는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살고 있어요. 그는 본래 이민족이었으나 크리스트교 세계를 지키는데 큰 공을 세운 황제입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일타강의를 들으며 하느님의 사랑에 한층 더 가까워집니다.
_8곡~14곡
세 번째 하늘, 금성천이 등장합니다. 천국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은 그저 빛뭉치인데 단테에게 다가와 그가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줍니다. 비너스가 사랑의 신이기 때문에 생에 사랑에 불타올랐던 인물들이 언급됩니다.(이 정도 되면 세속적인 정도가 좀 얕다 뿐이지 사실 지옥에 있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지 딱히 모르겠습니다만;)
네 번째 하늘은 태양천입니다. 당시 천문학적 지식이 궁금해졌어요, 왜 이런 순서로 하늘을 배치했는지 신기합니다. 여기엔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유명한 학자들이 살고 있는데 지혜로운 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겠죠.
암튼 계속해서 피렌체의 타락이 교황을 위시한 모든 이들이 돈과 권력을 탐했기 때문이다, 청빈을 목표로 정진해야 한다,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_15곡~21곡
15곡에서는 단테 자신의 가문, 알리기에리 가문의 조상님을 만납니다. 17곡까지 그는 평화로웠던 피렌체를 회상하며 지금의 혼란이 있기까지의 피렌체의 수많은 가문의 역사를 훑어줍니다. 또한 단테가 미래에 죄 없이 피렌체에서 추방당할 것임을 알려주죠. 작가 단테는 이 부분을 쓰면서 약간 오글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어요, 훗훗. 여기 화성천은 전쟁의 신 마르스를 의미하기에 군사적으로 공이 큰 인물들이 빛뭉치로 등장합니다.
다음 목성천에는 의로운 이들이 사는데 이교도이지만 하느님의 뜻에 가깝게 살았다면 믿는 자보다 더 하느님 가까이 있을 수 있답니다. 실례로 트로이 사람 리페우스가 여기 있습니다. 물론 속죄하고 대리 세례를 받았다는 논리이지만요. 심지어 트라야누스는 뜨거운 기도 덕에 지옥에서 천국까지 올라왔다고 하니 어떤 기준인지는 잘.. (다시 한번 베르길리우스에게 유감을) 이것 역시 하느님의 정의는 필멸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에 있다,라는 논리로 방어하는 작가 단테의 모습이 떠올라 재미있었습니다.
_22곡~28곡
단테는 성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차례대로 만나게 되며 그들과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해 토론합니다. 아래를 내려가보니 지금껏 거쳐온 모든 하늘뿐만 아니라 지구의 육지와 물길도 보입니다. 이렇게 천국의 구조를 한 번 더 설명하고 베아트리체는 각각의 하늘을 관장하는 천사들의 위계를 요약해 줍니다. 이제 하느님 만나러 가나효?
_29곡~33곡
필멸의 운명을 지닌 인간은 천국의 모습을 재현할래야 재현할 수 없고 신성한 하늘의 존재를 완전하게 포착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꿈에서 깬 후 즉시 휘발되는 강렬한 느낌 정도로만 기억할 수 있죠. 하지만 루치아 성녀와 조용한 후원과 베아트리체의 가르침, 그리고 베르나르의 직접적인 기도는 단테에게 이 모든 경험을 책으로 남길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습니다. 하여 "우주의 조각조각 흩어진 것이 한 권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천국>33곡 85행~보게 되지요, 크흐~정말 이 자존감, 꼭 배워야겠습니다.
"내 날개는 거기에 오르기에는 너무 약했지만,
내 정신은 그 광휘로 깨어나
원했던 것을 마침내 이루었다.
여기서 나의 환상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천국>33곡 142행~
지옥, 연옥, 천국의 모든 마지막 행은 "stelle(별들)"로 끝난다고 하니, 이 기록은 모두 하느님을 향해 오르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단테는 홀로 천국행을 소망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베아트리체를 향한 신성에 가까운 사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단 둘이서만 천국에 오르고자 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자신과 가까웠던 피렌체, 이탈리아인들을 넘어 모든 인류를 향한 연민과 박애가 있습니다. 모든 이들을 구원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그 사랑으로 <신곡>을 집필한 것이죠.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또한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구원받는 것은 사실이나 구원의 주체에 있어, 하느님보다 우리 인간들에게 좀 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연민과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아감으로써요. 모든 것에 신을 중심으로 놓았던 과거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 미래를 꿈꾸었던, 사랑이 가득한 단테의 <신곡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와 혐오가 가득한 현재에 우리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고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