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_클레어 키건, 다산북스
지금껏 접했던 클레이 키건의 작품은 모두 짧았는데 이 책은 그것보다 더 짧은 이야기 세 작품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또한 이야기의 결이 <맡겨진 소녀>나 <이토록 사소한 것들>과는 매우 달라서 흥미롭다. 앞선 작품들이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완전 반대인 듯. 물론 여백이 많고 말이 많지 않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실례로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에서는 '여성혐오'라는 주제를 대놓고 여성의 대사로 표현한다.
""당신, 여성 혐오의 핵심이 뭔지 알아?(...) 안 주는 거야.(...)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p.39
이어지는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에서도 남성의, 여성을 향한 오만한 태도는 첫 번째 작품과 궤를 같이 한다. 마지막 작품 <남극> 역시 낯선 남자의 친절과 보살핌에 빠진, 항시 무언가를 돌봐야 하는 일상에 지친 주인공의 일탈에 독자로 하여금 험한 엔딩을 걱정하게 하며 읽게 한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 참 어렵고 복잡하다. 쨌든 개인적으로 왠지 모르게 멀게 느껴졌던 클레이 키건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 작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