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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Nov 17. 2023

신화적 이야기로 회귀하다

<종소리>_닐 셔스터먼





""이제는 빈 반지입니다. 보석도 없고, 면제권도 없습니다."

여자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고맙습니다, 수확자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그의 망가진 반지에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하는 콜린 기퍼드의 가족 모두가 그랬다."p.710



드디어 수확자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1편에서 수확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2편에서 선더헤드의 생각을 읽었다면 3편에선 선더헤드와 소통하는 유일무이한 예지자 종소리, 그레이슨 톨리버의 입장이 추가되며 앞선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긴박하게 엔딩을 향해 질주한다. 7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엔딩에 대해선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한다. 먼저 좋은 점은 신화적 시공간으로서 이야기가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언제라도 반복될 것 같은 시나리오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할까. 죽음에의 극복이 불러온 예상했던(그러니 안전장치나 기지 따위를 숨겨놨겠지.) 비극은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결과로 치명적 질병이 회귀하였다. 인간을 사랑한 신은 다시 절대고독의 신으로 돌아갔으며 수확자 역시 그 옛날 나약한 인간에게 사랑을 베풀던 성자로서 기능하게 된다. 최신의 추세에 맞는 논바이너리를 표방하는 제리코라는 캐릭터도 신선하고.


아쉬운 점은 로언과 시트라의 사랑으로 대표되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디아스포라의 결말 예상이 지나치게 희망적이라는 점? 구 지구의 행태가 반복되지 않으라는 법이 있나? 불완전한 인간은 결코 유토피아를 만들어 낼 수 없을 텐데, 하고 계속 가자미눈을 뜨게 만든다. 그리고 무니라-페러데이, 제리-그레이슨, 랜드-타이거까지 왜 죄다 커플 만들어줘요? 엉? 역시 우주선 착륙할 때까지 1683년을 솔로로 살아야 되는 아스트리드 자매님이 진정한 종교인이시다,라는 결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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