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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Nov 22. 2023

우리 망했어요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_곽재식의 기후시민수업




아담 맥케이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은 한 천문학 전공의 대학원생이, 충돌한다면 지구를 파괴하고도 남을 에베레스트만 한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코앞으로 닥친 지구의 멸망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지만 이 불편한 진실을 사람들은 굳이 들춰내어 살피려 하지 않는다. 모두는 하늘만 올려다보아도 알 수 있을 확연한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거나, 놀림감으로 소비할 뿐이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읽으며 이 독특한 블랙코미디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테다. 영화와 달리 우리의 이야기는 약 120년 전에 살았던 화학자가 기후변화를 예측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대 결과는 지금의 그것과는 상이하였으나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깨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료다. 이처럼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말해왔으나, 마치 <돈룩업>에서 보여지는 대중들처럼 그것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교토의 정서니 파리협정이니 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회담 역시 꾸준히 개최되어 왔지만 실질적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어영부영으로 끝나거나 침묵을 택했을 뿐이다. 국제적 경제 문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정무역경쟁문제 등 여러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켜 지구를 구하기 위한 단일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위기가 확정적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 확정적 사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열심히 머릿속에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통 기후변화 관련 자료로 극지방의 자연빙하가 녹아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의 사정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기후변화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지구를 본연의 자연의 모습으로 되살리자는 고상하고 막연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사람이, 우리의 이웃이, 내가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후변화는 먼 북극에서 일어나는, 나에게서 먼 문제가 아니라 내 일터에, 내 가정에 닥칠 수 있는 실체 있는 위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고 재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적 차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기후변화는 이미 닥친 현실이기에 그로 인한 재난을 예상하고 예방하는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과제가 된다. 또한 이러한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개인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인류에게 필수가 된 전기를 재생 가능한 수력, 풍력발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의 발생 없이 100퍼센트 생산해 낼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녹색 전기를 전기차를 비롯하여 최대한 많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인류는 이산화탄소 감축은 물론 온실기체 발생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소연료의 가능성, 이산화탄소 재활용 방법 등의 기술 개발 역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있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반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지원, 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교육 역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에 포함될 것이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탄소발자국의 정확한 계산을 지켜보고 따져보는 것이 요구된다.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할 때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을지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토론하고 합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실 개인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미비하지만, 개인의 노력이 주변에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면 유의미해진다. 이러한 이슈가 정부의 관심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관심사가 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대중의 트렌드에 맞는 정책을 계획하고 확립시켜 나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외교 차원으로는 한 국가의 정부를 넘어 세계의 여러 국가들과 활발한 정보 교류 아래 온 세계가 함께 기후변화 위기에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기후 시민으로서 여러 가지 면면들을 치밀하게 살펴 가며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당장 우리가 망하게 생겼는데! <돈룩업>의 결말이 궁금한가? 영화 속 고위 관계자들은 이기심과 경제적 허영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대중들은 ‘룩업파’와 ‘돈룩업파’로 나뉘어 싸워대며 시간을 낭비한다. 지구의 멸망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야 받아들인 인류는 각자의 방법으로 개인의 종말을 맞이하고 혜성과 충돌한 지구는 우주에서 사라진다.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 다를 것이다.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고 지구는 평화로울 것이다. 우리는 당장 기후변화를 공부하고 대응법을 실천해야 한다. 지구는 괜찮다, 다만 우리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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