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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Nov 28. 2023

결국 사라진다 해도, 지금을 살아

<파과>_구병모





킬러보다는 노인에 방점이 찍힌 것 같은 현직킬러노부인의 이야기다. 45년간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그녀에게 늙음이 가져다주는 관계와 일상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업보와도 같은 과거에서 그녀를 찾아온 아이, 투우. 과거에 닻을 내린 그와의 마지막 피비린내 나는 결투!라고 하면 너무 약 파는 것 같지만 투우의 마지막이 마음에 들더라.


한때 빛나고 싱그러웠던, 달콤한 수밀도와 같았던 모두의 청춘은 시간이 지나면 무르고 뭉그러진 불쾌한 무엇이 되어버리려나. 그러나 잊혀지고 상해 가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그 또한 한때의 반짝임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고로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p.333 다.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깨지고 상하고 뒤틀린 자신의 손톱 위에 얹어놓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며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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