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봄밤>_권여선 <안녕,주정뱅이> 중에서
by
피킨무무
Dec 7. 2023
봄밤_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김수영의 <봄밤>을 사랑 노래로 바꾸는 작가의 감수성이 놀랍다. 사랑의 어떤 비극적인 지점은 처연하기도 아름답기도 할 수 있나보다. 서로가 있어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견뎌낸다는, 반짝이는 눈물보다 진득이는 코피와도 같은 사랑.
keyword
김수영
마음
안녕
1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피킨무무
논픽션보다 픽션을 선호하는 문학편식가. 뭐라도 써야, 뭐라도 된다. 그래서 쓴다. 하지만 역시, 그 무엇도 되지 않아도 좋다.
구독자
9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미래공상과학의 세계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