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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Jan 12. 2024

변화란 좋은 거죠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_보니 가머스







"화학의 기본은 변화잖습니까. 변화는 당신의 신념 체계의 바탕을 이루고요. 변화는 좋은 겁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해요. 우리는 현 상태를 받아들이길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곤 하죠. 하지만 때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당신의 경우에는 오빠의 자살과 캘빈의 죽음 같은 일은 사실 언제나 일어나요. 엘리자베스, 사건사고는 항상 생깁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죠." p.230 vol.2


배경은 1950년 대지만 이야기는 매우 현대적이다. 여성이 화학자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절, 페미니스트이자 비혼주의자 엘리자베스는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사랑하던 연인을 잃고 홀로 미혼모로 어렵게 살아가다 요리쇼의 진행을 맡게 된다. 당대의 평범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녀의 전공인 화학에 입각한 요리법의 설명과 페미니즘 강론에 가까운 인생지론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동시에 무신론자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테러와 악평에 시달린다. 무수한 고난과 시련에도 굳세게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다잡는 엘리자베스는 책 안의 여성뿐 아니라 책 바깥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인생수업을 선사하는 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잘 읽히는 가볍고 따뜻한 소설'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주인공 엘리자베스에게 몰빵 된 캐릭터성 때문이 아닐까. 예쁜 외모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성이자 자식의 도시락에 헌신적인 어머니이면서 페미니스트, 비혼주의자, 무신론자인 그녀는 시대배경까지 고려한다면 작품을 완벽한 판타지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니 시대의 현실보다는 그녀 개인이 가진 매력에 더 주목하게 된달까?


물론 그러한 한계를 가짐에도 쉽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임엔 변함없지만, 뭐, 그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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