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p.24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과 스스로 고른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p.85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는 때로 인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종종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p.171
"어떤 인간을 바로 그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단지 유전정보와 기억만으로 규정되는 것인가?"p.252
<재수사>의 장강명 작가가 내놓은 SF단편집. 와아, SF도 잘 쓰시네요.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먼 미래가 배경이 아니라 정말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 같은 소재와 이야기라는 점인데 작가는 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명명했다. 간단히 말해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다루는 SF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예컨대 타이틀을 차지한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에서는 vr과 증강현실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고민한다. <나무가 됩시다>의 유전자 공학이나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사이보그의 글쓰기>가 보여주는 진보한 뇌과학 기술이라던가 <데이터 시대의 사랑> 속 빅데이터와 통계학 기술은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지금도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바람직한 과학 기술의 발전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논의의 하나의 줄기로써 문학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준다.
게다가 대개의 단편집은 몰입이 센 글과 그렇지 못한 글들이 함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도를 잃지 않게 만든다. 이것은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의 반증일 테지. 독자로서 박수를 보낼 수밖에,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