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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Jan 24. 2024

진짜 무인도에 챙겨 갈 거야?

<안나 카레니나 1,2,3>_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vol.1 p.11


"그가 알기로 페테르부르크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전혀 상반된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저급한 한쪽 부류는 야비하고 어리석고 무엇보다도 우스운 인간들로, 한 남편은 정당하게 결혼한 한 아내 하고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과 처녀는 순결해야 하고 여자는 수줍어해야 하고 사내는 사내다워여 하며 절도 있고 건강해야 하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자기사 벌어서 생계를 꾸려야 하고 부채는 갚아야 한다 등등의 온갖 어리석은 것을 믿고 있는, 말하자면 고루하고 우스운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쪽의 부류는 그의 친구들이 모두 속해 있는 진정한 인간의 무리로, 그들에게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답고 도량이 넓고 대담하고 쾌활하고 온갖 정열에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몸을 던져야 하며, 그 이외의 온갖 것들은 모두 웃어넘길 수 있어야 했다."vol.1 p.227


"사기 도박꾼에게는 지불해야 하지만, 양복점에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 남자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여자는 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속여서는 안 되지만, 남편은 속일 수도 있다. 모욕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욕하는 것은 괜찮다."vol.2 p.137


""이것은 일종의 악순환이에요. 여성은 교육의 부족에 의해서 권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만, 그 교육의 부족이라는 것은 권리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니끼요. 여성의 속박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오래되고 뿌리 깊은 것이어서, 우리 남자들은 우리와 여성들을 구별하고 있는 심연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vol.2 p.299


"결혼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사랑이며 사랑만 있으면 사람은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행복이라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예고르에게 들려줬다."vol.2 p.325


"그는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 또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사랑이 자기를 절망에서 구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절망의 위협 아래서 이 사랑이 더욱더 강하고 순결하게 되었다는 것을 통감했다. 죽음이라는 불가해한 하나의 신비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그에게는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는 역시 불가해한 또하나의 신비가 나타났다.

의사는 키티에 대한 자신의 추정을 확인했다. 그녀의 병은 임신 때문이었던 것이다."vol.2 p.521


"불안과 기만과 비애와 사악으로 가득 찬 책을 그녀에게 읽게 해주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확 타올라 지금까지 어둠에 싸여 있던 일체의 것을 그녀에게 비추어 보이고는 파지직, 소리를 내고 어두워지다가 이윽고 영원히 꺼져버렸다." vol.3 p.428


"'무한한 시간. 무한한 물질, 무한한 공간 속에 물거품과 같은 하나의 유기체가 창조된다. 그리고 물거품은 잠시 동안 견디다가 이윽고 터져버린다. 그 물거품이 바로 나인 것이다.'"vol.3 p.469



김영하 작가가 무인도에 챙겨 갈 한 권의 책을 고른다면 <안나 까레니나>를 챙겨가겠다 했던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안 챙길 듯, 크하하하.


물론, 무척이나 섬세한 심리묘사와 러시아의 귀족 사회와 사교계의 다양한 모습을 이토록 자세하게 옮겨놓은 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니콜라이와 안나의 죽음을 묘사하는 씬은 크허, 정말 감탄이 나온다. 인간의 필연적 죽음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다룬 부분 역시 이것이 대문호구나, 싶은 마음.


그러나 주인공 안나의 캐릭터가 내가 생각해 왔던 것만큼 파격적이거나 전복적인 인물이 아니란 점에서 다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이 있다. 그녀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였던 시대에 그 둘을 일치시키고자 했던 특별한 인물이기는 하나, 갈수록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여성이여, 하아,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내 한숨도 잦아지거늘, 내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지도.


게다가 톨스토이는 여성교육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현대적인 페미니스트 같다가도 그가 소설 속에서 키티를 묘사하는 것을 보면 가부장적 체제 안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그리는 것 같아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또한 작가의 결혼생활이 정말 불행했구나,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싶은 것이 이상적 결혼에 대해 지나치게 할애를 많이 한다. 안나-블론스키 커플에 대조되는 레빈-키티 커플이 그것을 보여주는데 특히 레빈 캐릭터는 지나치게 작가 자신을 동일시하여 만든 캐릭터라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다시 말해 너무 가르침을 주는 인물이랄까. 배경은 정말 자연스럽게 묘사되는데 반해 캐릭터는 조금 부자연스러운.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은 좋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파국이 취향인 건지, 몰락을 향해 질주하는 기차 같은 2,3권이 훨씬 재미있더라. 하지만 무인도에 가져가진 않을 테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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