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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Feb 26. 2024

함께 또 따로 잘 살기 위하여

<관계의 말들>_홍승은, 유유





"우리는 끝내주게 모순적이고 이상한 존재들이다. 그 사실을 자주 망각하고 살아갈 뿐. 게다가 우리는 이미 끝내주게 난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제도적 승인이 없어도 서로 마음 쓰고 몸 쓰며 애쓰는 관계 속에 뒤엉켜 살아가니까.(...)당신의 모순과 나의 모순이 만나 서로 얼마나 엉망인지 알아주며 너 나은 관계(세계)를 만들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고."p.13 '들어가는 말'에서


개인적으로 에세이 류에 가지고 있는 편견은 본편 들어가기 전, 작가의 말이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작품 초입에 '들어가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본편이 안 좋단 얘기가 아니라 파편적으로 끊어져 있는 에피소드 묶음 형식이 많은 형태의 문학인지라 작가의 의도나 본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 '작가의 말'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는 의미다.


작가의 개인사에는 무지한 독자이나, 그녀의 글 속에 담긴 여성작가 특유의 솔직함으로 어렴풋하게 짐작컨데, 그녀는 주류의 제도에 저항하고자 하며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듯 하다. 이것은 요새 MZ 혹은 Gen-z라 일컬어지는 세대의 전반적 추구방향 같기도 해서 흥미롭다. 기득권층에 의해 이미 짜여진 세계관보다 소수의 나의 사람들과 우리만의 세계관을 공유하겠다 싶은?


그러므로 다정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짜여진 이 에세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의 그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이외의 세대들에게는 요즘의 사상이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을 듯 하고.


 굳이 너와 나의 다른 점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이 책의 부제처럼  "함께 또 따로 잘 살기 위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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