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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Mar 12. 2024

대작가들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

<화씨 451>_ 레이 브래드베리, 시공사





"명심해야 해. 그들을 태워버리지 않으면, 그들이 널 태워버릴거야."p.172


화씨 451도는 종이가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로, 책을 발견하는 즉시 불태워야 하는 방화수(fire man)가 활동하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사회는 책이 금지된 사회로서 사람들은 단순하고 얄팍한 광고 음악과 벽면 티비, 귀마개 라디오와 같은 즉각적 유희만을 향유할 뿐, 생각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간대다.


이러한 세팅은 조지 오웰의 <1984>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두 작품에 비해 개연성이나 결말이 다소 약해 보인다. 특히 책을 불사르는 데에 있어 기꺼움을 느끼던 주인공 몬태그가(물론 그는 후에 책에 대한 잠재적 열망을 가진 인물로 서술되기는 한다.) 아주 잠시 만난 소녀 클라리세에 의해 시대에 대한 반역을 꿈꾸는 인물로 갑작스레 전환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책이 금지된 시대의 배경이나 배후인물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데, 반역자의 도주를 라이브 티비 방송으로 송출하여 그의 최후를 비추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응징과 경고의 의미로 반역자가 나타난 도시 전체를 아예 폭탄으로 날려버리고야 마는 이 강력한 지배 체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한 의아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사람들의 연합을 그리는 마지막 장면은 책은 불태워도 기억을 불태우진 못한다, 와 같은 인간의 의지가 돋보이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또한 1950년 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작가가 그려놓은 미래가 유튜브와 숏폼의 영상에 사로잡혀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과 깨나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우리는 <1984>, <멋진 신세계> 그리고 <화씨 451>이 그리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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