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정평가사의 일기
감정평가사라는 시험을 나름 어렵게
통과한 1인으로서 내 직업의 낮은 존재감
(회계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에 섭섭했던 적도 가끔 있다.
물론 남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 재미있을 때도 있다.
우리와 협업을 하는 관계자들조차도
감정평가사의 업무에 대해서
정말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부분,
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평가란, 거의 모든 '물건'(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의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물론 너네들이 뭔데 가격을 정하고 말고 하냐..
라고 말씀하신다면.. 음..
"법률에서 저희더러 가격을 정하라고 해서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일조의 가치,
조망의 가치
까지 평가하게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재미있을 때도 많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같이,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최근에는 복수평가 때 70대 이상이신
평가사님들도 종종 뵌 적이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발하게 일하는 기간은
60대 초중반까지가 아닐까 싶다
60살에 정년이라고 해도
앞으로 20년을 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과연 내가 이 일을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돈을 벌어서 먹고살아야만 하는
평범한 1인 흙수저 인생으로서..
하나의 직업으로만 평생을 산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는 것은
호사스러운 선택이다.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다."
<미쉘 투르니에>
이 말이 깊이 와 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