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과 함께 눈을 뜬 곳은 황량한 광야였습니다. 주변엔 빈 술병이 나뒹굴고, 저 멀리 나를 버리고 떠나는 기차의 잔상만 보였죠.
그때였습니다. 산 너머에서 몽골 전사들이 몰려오고, 카우보이들과 사마리아인들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유혈 낭자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 기괴한 풍경은 사실 우리의 마음속입니다. 매일 아침 본능과 이성, 욕망과 명분이 서로를 죽일 듯이 대치하는 우리 내면의 전쟁터 말입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한 아이가 나타나 내 심장에 질문을 꽂습니다. "너는 누구니? 아니면, 그냥 얼마짜리 가격표가 붙은 사람이니?"
직업, 연봉, 직함... 그 화려한 껍데기 아래 숨겨진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든,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지독한 무지의 상태가, 어쩌면 진짜 당신을 만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일지도 모릅니다.
내 안엔 무지갯빛 환상 대신, 단 하나의 뜨거운 의지인 '소망'이 차올랐습니다. 이제껏 나를 유혹하던 '이집트의 화려한 거리'와 나를 홀리던 '유혹의 횃불'을 뒤로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딱정벌레들이 발치에 치여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나홀로 '노'를 외치며 떠나는 이 길이 외로울지라도, 하늘이 알려주는 나만의 북극성을 따라 질주를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유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나요?
진정한 자유는 내 의로움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연약함과 불완전함에 이끌려 기꺼이 손을 내미는 '섬김'에 있었습니다. 나의 상처가 타인의 상처와 닮았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바쁜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소망을 말해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됩니다.
수많은 경력과 화려한 프로필... 은퇴한다는 건 과연 무엇을 잃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나를 아름답게 꾸며 보이려 애쓰던 '배우'로서의 삶을 은퇴하기로 했습니다.
길 위를 폴짝이는 토끼처럼, 한 걸음씩 진실(Sincere)한 보폭으로 걷습니다. 늙어가는 육신을 거부하지 않고, 눈에 힘을 주어 현재를 응시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깊은 숨을 내쉽니다. 어떤 방식으로 완전한 해방이 올지는 모르나, 신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오롯이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라퓨타의 사람들이 프리즘에 사람을 비추어 굴리듯, 세상은 기술로 인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그 광채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똑같은 꿈을 꾸고,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눈앞의 화려함으로 도피하곤 하죠.
세상의 모든 것이 거짓말일지라도, 하나님의 임재 안에 머무는 찰나의 광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기억하세요.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魂(타마시)은 매일 아침 새로운 빛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