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가능해야.
둘도, 셋도 가능하다. (19번째 이일)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내 옆에 있을 거라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힘으로 버티면 되는 거라고
그 정도로 생각하고 안심하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나의 뒤통수를 날리지 않았음에도
그가 나의 믿음을 저버린 것도 아니고
나를 배신한 것도 아니지만
분명 그 순간은 오고야 만다.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경로에서 이어진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그때마다 쉽게 마음을 주고
나의 속내를 털어놓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에게 기대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영원할 수는 없다.
남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은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가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습관이 되고 그러다 보면 혼자가 힘들어지게 된다.
혼자가 되었을 때
지극히 외롭고 고통스러운 배신감에 휩싸인다.
나로서의 나를 잃게 된다.
또한 가족이라고 해서
그런 외로움과 배신감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물론 가족이야 말로
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같이 몸을 던져 줄 사람이라는 것은 맞지만
언제나 같은 태도로 내 옆에 있어 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족도 그저 인간이다.
모든 일에 있어 자신의 괴로움과 슬픔이 먼저인.
그런 사람에게 가족이라는 이유로
나의 버거움의 무게를 같이 짊어지게 하려는 것은
언젠가 탈이 나고야 만다.
가족이든 그저 지인이 됐든 남의 기대를 버텨주는 것은
나 자신이 힘이 남아돌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가 나의 기대를 받아 들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가 잘 버티고 설 수 있으려면
일단 나부터 혼자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내가 의지하는 그 대상들이 불완전해도
내가 살 수 있다.
여전히 내게도 혼자라는 것은
늘 고통과 외로움이 먼저 떠오르는 말이긴 하지만
혼자가 가능해야
둘일 때도, 셋 일 때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