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두들 그렇지 아니한가. (36번째 삼일)
어느 날 친구와 대화를 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삐죽거렸다.
"그 애는 늘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이어갈 말을 찾지 못해 한동안 입술을 뭉개고 말았다.
"음.."
그 친구는 나의 끄덕임이
자신의 말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계속해서 불만을 이어나갔다.
평소에는 연락도 잘 없다가
본인이 필요하거나 물을게 있을 때 연락을 해온다는 것이
그 친구의 불만이었다.
나는 속으로 '나도 그런 편인 것 같은데. 나한테는 그런 마음이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실제로 나도 용건 없이 선뜻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기에
그 친구와 내가 다른 점이 뭘까.
아니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불편한 친구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자주 연락하거나, 아니면 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을 하거나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를 것이고
나 또한 애써서 자주 연락하려고 해 봤지만
빠르게 오고 가는 문자에서의 대화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기억에 남지도 않아서
만나서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할 때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문자나 전화를 통해 잘 기억하지 못할 대화를 하느니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잘 맞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저 순간의 유머를 위한 대화이거나 실없는 대화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던 크던 용건이 있을 때 연락을 해온다.
그것이 온라인 세일을 하는 것을 알린다던지.
갑자기 문득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던지.
인터넷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겼다던지 하는 등의 사소한 용건 일지라도.
그 친구가 그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는 것은
아마도 필요할 때 연락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연락해 올 당시 그 친구의 태도나 마음이 불편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먼저 헤아리려 애써 보자.
그러면 안부 차 보낸 문자 한 통이 오해로 불편할 일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