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내 의지로 해결이 가능하기에. (37번째 일일)
가끔씩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다.
서로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주변의 근황으로 이야기는 퍼져간다.
어느 집 아들이 무엇을 했고
어느 집 엄마가 무슨 일이 있었고
그럴 때면 늘 드는 생각은
좋은 이야기보다
안 좋은 이야기가 더 입에 오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전하며
자연스레 당부의 말이 덧붙여진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말과 함께 걱정이 더해진다.
그리고 엄마는 통화 말미에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적당한 돈 걱정이 제일 낫다."
평생 그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해도
그거만큼 편한 것이 없다고 했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예상치 못한 소송에 휘말리거나.
대인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버렸거나.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다.
적당한 돈 걱정이야 말로
나를 다치게 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걱정이었다.
돈이라는 것이 아주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많지 않아도 살게 할 수는 있는 것이라서
어떻게든 연명해 나갈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해결이 되는 걱정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외의 걱정들은
나의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애를 쓰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것과 같다.
나의 인생을 내 의지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어느 정도는 경험하여 알고 있기에
그런 엄마의 말에 공감했다.
누구도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의지로 꾸려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