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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향한 이기주의자.

어쩌면 나도. (37번째 이일)

by 김로기

누군가를 이기적이라고 욕한 적이 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던 마다하지 않던 사람.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기적이라 욕하고 싫어했다.

매사에 항상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작은 손해도 보지 않으려 했던 사람.

정말 사회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나 누군가를 그토록 미워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끔찍이 경멸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났다.

내가 속한 수많은 집단에서 이뤄내야 할 것들이 생기고

나에게도 점점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나에게도 손해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기 위해

부당한 것에 모른척 해야할때도 있고

모두를 향한 무관심이 기본값이 되었으며

타인을 향한 배려가 고민되는 순간도 생겼다.

그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를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라고 포장해 왔다.

하지만 때때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선을 넘나들며

과연 진실로

나는 개인주의자가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모른척한 많은 부당한 일들로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것이 분명하고

배려의 경계에서 고민할 때마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

내가 개인주의로 포장해서 나의 이익을 우선하는 동안에

어쩌면 이기주의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나에게 닿는 손해를 방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희생을 통해 나의 이익을 얻으려는 순간

나는 그저 개인주의자의 탈을 쓴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선을 지키고, 모두의 가치를 존중하자.

그것이 내가 꿈꾸는 개인주의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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