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음에 감사한 하루. (23번째 이일)
해가 저무는 시간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을 마무리하고
누군가는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한다.
각자 맞아줄 사람과 그리웠던 사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저 서로의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생각처럼 그런 웃음은 보기 어렵다.
각자의 하루가 미처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전에 들었던 기분 나쁜 말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고
퇴근 전 급히 넘겨둔 일이 아직 찝찝하다.
그 모습 그대로 몸만 집에 와 있는 누군가는
기다리는 누군가가 기대하는 웃음은 지어 보일 수가 없다.
그 얼굴을 보고 있는 누군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왜 지금까지 그런 얼굴이어야 하냐고 다그치지 못한다.
잠시 투정 부리듯 내뱉은 말 한마디가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마주한 두 사람은 그저 그런 얼굴로 남은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부디 조금 더 편안한 하루가 되기를
그래서 기대하는 얼굴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제처럼 아무렇지 않은 하루였다는 듯이 오늘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다.
괜찮다고.
밝은 얼굴로 돌아와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일이 있고 그다음 날이 있을 테니까.
그저 오늘은 무사히 돌아와 주었으면 되었다고.
그것에 먼저 감사하다고.
실망하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에
더 감사한 하루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