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깊은 밤. (23번째 삼일)
새벽에 잠에서 깬 적이 있다.
정신없는 꿈 탓이었는지
깊이 잠들지 못하는 컨디션 탓이었는지 모르지만
잠에서 깨서 쉬이 다시 잠들지 못할 때
물을 한잔 마시러 거실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지난밤 미쳐 쳐두지 못한 커튼 사이로
어두운 밤풍경이 보였다.
대로변 사이 신호등 불빛 몇 개와
작은 등들이 산책로를 따라 비추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 불빛은 각각 색과 밝기가 달랐다.
낮에는 전혀 알 수 없는 불빛들과
나무들로 가려져 낮에는 알아볼 수 없던
산책로의 모양이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고요했다.
어둠이 가져다주는 고요함이었다.
아무것도 나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조금 있으면 서서히 날이 밝아 오겠지.
저기 보이는 불빛들은 사라지고 없겠지.
그런 생각들이 스쳐갈 즈음
냉장고 모터 소음과 정수기 물이 순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낮에는 전혀 느낄 수 없던 작은 소리들이
순간 소음으로 느껴졌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에 들 준비를 한다.
내가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가끔 한 번씩
정말 아주 가끔씩 발견하게 되는 어둠과 작은 빛이다.
그때의 어둠과 그 순간의 고요가 딱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순간이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나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가끔 그 고요함이 생각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