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을 놓아줄 결심.

실패할까 두려워하기엔 시간은 아직 많다. (24번째 이일)

by 김로기

항상 지하철 타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서

어디를 가든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길을 찾았다.

매번 같은 사이트를 통해 검색을 하고 정보를 얻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같은 서점에만 들리게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떤 것이든 내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

애당초 그 한 가지뿐이었던 것처럼 다른 방향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좋으면 좋다고 할 수 있고 때로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기에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곳에 갈 일이 생겨서 그날도 마찬가지로

평소 이용하던 사이트를 통해 길을 찾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지하철을 이용한 경로를 안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받은 길 안내는

30분이나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버스를 이용한 경로였다.

그럼에도 나는 굳이 시간이 더 소요되는 지하철을 타려고 생각했고

늘 이용하던 지하철이라 30분쯤 돌아가더라도

그 편이 더 마음이 놓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그날은 웬 바람이 불었는지

지하철역이 아닌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얼마 기다리지 않은 채 버스가 왔고

그 후에도 한번 더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수월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집 근처에 없어서 한동안 찾아 헤맸던 붕어빵가게와

내가 즐겨 찾는 생활용품점이 바로 앞에 있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지하철을 이용했다면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굳이 그동안 한 가지만 고집했던 것은

그저 다른 것을 알아보는 것이 귀찮은

나의 게으름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가 고집해 온 것들도 모두 이유가 있겠지만

한두 번쯤 실패를 맛보더라도

뭐든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것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고

내 고집으로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머뭇거리지 말고.

주저하지 말자.

실패할까 두려워하기엔 시간은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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