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도 않을 책을 사는 이유.
소유하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 된다. (25번째 삼일)
누군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 물으면
서점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할 만큼
서점가기를 좋아한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라면
그 지역에 유명한 독립서점을 필히 들리게 되고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는다거나
하루 온종일 내게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서점에 가기를 선택할 것이다.
서점에 갈 때마다
보통 한두 권에서 많게는 네다섯 권까지 책을 구매하곤 하지만
그렇게 구매한 책을 모두 읽지는 않는다.
모두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기엔
책장에 꽂힌 책의 반의 반은 읽었을까 싶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산다기보다
책을 소유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서점을 둘러보며
책표지를 그리고 앞뒷면에 적힌 해당 책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나의 취향과 맞다 싶으면 책을 구매하는 편이다.
나는 그 행위를 좋아한다.
나의 취향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내 책장에는 온통 내 취향에 걸맞은 책들로 가득하다.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구매하려 서점에 가는 것보다
책장을 둘러보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편이 더 수월하다.
그래서 내 책장을 보고 있자면
늘 기분이 좋다.
오로지 나의 취향으로만 가득한 곳이기에.
훗날 알 수 없는 먼 미래에
매일이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그때의 나에게도
나의 책들은 분명
위로를 건네고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이유를 빌미로 당장 읽지도 않을 책을 사는 행위에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어두고 있는 편이다.
언제든 돌아보면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읽지 않을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