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며칠 지났습니다만. (26번째 이일)
결혼 후 나의 가장 큰 로망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변하지 않는 장소에서
변해가는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언제나 완벽한 준비러인 나는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 되기 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후보군 중에
인천대공원 안에 있는 담쟁이넝쿨이 멋졌던 건축조형물 앞으로 정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 되어
장미 한 송이를 사들고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는 사이
갑자기 짙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념으로 남길 첫 사진을 찍기 위해
옷도 골라 입고 둘 다 한껏 꾸미고 걸어가는 길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짙눈깨비에 급하게 사진 몇 장을 찍고 서둘러 돌아와야 했다.
그날은 그런 상황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그 뒤로 우리는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어김없이 사진을 남겼지만
작년 그곳이 아닌 집 안 그레이색 벽지 앞이었다.
처음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예정된 장소에 가서 사진 한 장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그 후에도 우리는 작아지는 케이크에
늘어가는 숫자초를 꽂아두고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충분히 행복했다.
지나고 보니 매년 하나씩 늘어가는 초의 사진들이 올곧이 남겨져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니 계획에 어긋나는 일들도
계획을 하는 것조차 고민되는 날들도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한다.
올해만 같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 사람 중 나를 뺀 나머지 한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