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나요. (26번째 삼일)
나의 어린 시절 먼저 접하게 된 것은 붕어빵이었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싶은 어딘가 물커덩한 반죽 안에
반쯤은 뭉개져버린 단팥 알갱이.
가게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작은 포장마차 안에
군데군데 반죽이 뭍은 앞치마와
팔꿈치 위로 올라오는 팔토시에 두꺼운 장갑을 낀 사장님.
집집마다 다른 비율의 반죽이 담긴 낡은 주전자를 들어
검은 붕어빵 틀에 붓는다.
끝이 살짝 꼬부라진 꼬챙이로 붕어 모양의 틀을 돌려가며 골고루 익힌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구워진 붕어빵 안에
팥과 슈크림 어떤 곳은 피자 토핑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초코크림에 완두앙금, 모찌까지.
거기다 크기도 미니부터 50cm가 넘는 대왕붕어빵까지
시대가 변한 만큼 붕어빵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잉어빵이다.
내가 생각하는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를 말해보자면
물론 붕어와 잉어의 모습의 차이도 있겠지만
붕어빵은 어딘가 담백한 겉모습이라면
잉어빵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약간은 튀겨진 듯한 겉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훨씬 바삭하게 느껴지는 것이 맛있다.
물론 뱃속에 들어있는 토핑이야 어느 것을 넣든 주인 마음이겠지만
탄수화물 러버인 나는 토핑보다 밀가루 반죽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붕어보다는 잉어 쪽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나의 취향은 접어두고
붕어빵이든 잉어빵이든 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저마다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붕세권이라는 말이 생겨 날정도로 붕어빵집이 귀해졌다.
예전에는 골목 가로등 아래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어서
붕어빵가게를 찾아다닐 일도 없었는데
요즘은 동네를 한참이나 수소문해야 겨우 한두 곳 알까 말까 하다.
가끔가다 한 번씩 잉어빵이 먹고 싶어 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추운 겨울날 한참을 걸어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막상 그때가 되면 망설여진다.
그래서 사본 냉동식품 붕어빵은 절대 그 맛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겨울이 되고
굳이 찾아 헤매어도 되지 않던
그리운 시절이 또 하나 생겨버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