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사소한 목표들.

보다는 하나의 쓰임있는 목표를. (27번째 일일)

by 김로기

나는 프로 계획러인 만큼 하루하루의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을 엑셀로 작성하고

엑셀의 한 칸 한 칸을 채워 나가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모니터 안의 음영으로 칠해진 한 칸 한 칸은

마치 나의 하루가 얼마나 바빴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잘조잘한 나의 계획들이 빽빽했다.

한 칸 한 칸 늘어갈수록 나의 바쁜 하루를 보상하듯

뿌듯함이 몰려왔다.

나는 점점 더 칸수를 늘려가기 위해 더욱 디테일하게 할 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엑셀에 칸은 빈칸에 멈춰 섰다.

하루의 성과를 눈으로 보기를 원해서 시작한 일이

나에게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작게는 물 마시기부터 크게는 글쓰기까지.

사소한 생활의 루틴마저도 그렇게 하루의 과제처럼 남겨지다 보니

결국 제풀에 지쳐버린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작은 채찍으로 수도 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낮아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어떤 책을 읽게 되었다.

퓨쳐셀프라는 책이었는데 미래에 나의 관한 이야기였다.

여러 가지 내용들 중에

사소한 목표들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는 내용을 본 순간

바로 나의 관한 이야기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후로 사소한 목표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하루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엑셀의 오밀조밀한 칸들로 이뤄진

하루 계획을 삭제했다.

그리고 대충 머리로도 기억할만한

두세 가지 목표들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대신 그 두세 가지는 꼭 지키는 쪽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잘 지켜내고 있다.

굳이 눈으로 보이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는 소소한 성취보다는

내일의 나에게 그리고 미래에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꾸준한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것이 오늘의 나의 계획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붕어빵과 잉어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