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장식은 꼭 해야 하나요.
만드는 일보다 치우는 일이. (31번째 이일)
이맘때쯤이면 여기저기 다양한 트리들이 눈에 띈다.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커다란 트리부터
카페나 상가 앞에 작은 트리까지
그리고 그런 트리를 돋보이게 할 온갖 장식들.
얼마 전 들렀던 뭐든 다 있는 그 마트에도
나무부터 조명까지 트리에 어울릴법한 수많은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들을 보자마자
나 역시도 혹해서 어떤 소품이
우리 집과 어울릴지 하나하나 만지고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홀린 듯 구경하다가
들고 있던 소품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올해는 트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 졌다.
트리를 만들어 장식하는 일은
이맘때쯤이면 많은 집에서 자연스레 하는 일이지만
올해 나는 트리 없이 연말을 보낼 생각이었다.
사실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꽤나 번거롭다.
일 년 내내 창고 어딘가에 깊이 박혀있던 트리를 꺼내어
박스 위에 먼지를 털고
기둥을 맞춰 트리를 높이 세운 다음
전구와 오너먼트를 번갈아 장식한 뒤
큰 별을 단다.
그리고 전원을 꽂으면 그럴싸한 트리가 완성이 된다.
하지만 내가 트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제부터다.
트리가 완성되면 바닥은 이미 트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로 수북하다.
완성과 동시에 한차례 수습하고 나면
오너먼트들에서 묻어 나온 건지
손에 잔뜩 빨간 물이 들어있다.
그렇게 며칠 뒤
트리 조각은 다시 바닥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또 줍기를 반복한다.
그 일은 새해를 맞고 트리를 정리해 넣을 때까지 반복된다.
그리고 트리를 완성할 때와는 반대로
전구와 오너먼트를 정리하고 마저 트리를 접어 창고 안에 넣는다.
여기까지 예상되는 귀찮은 일들이
올해 나를 트리없는 겨울을 맞게 했다.
만들면서 잠깐 설레고
나 홀로 집에 마지막 장면 같은
따뜻한 종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은 없겠지만
그냥 그렇게
담백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