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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보다 옥탑이 좋은 이유

햇살의 부스러기까지 온전히. (47번째 일일)

by 김로기

아직까지는 반지하와 옥탑 사이에서 고민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게 혹시라도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반지하보다는 옥탑을 선택할 것이다.

때로는 이러다 숨이 넘어가는 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찜통 같기도 하고

때로는 벽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바람이 새차게 들어온다고 해도

그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햇빛아래 놓여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서 말했듯이 반지하와 옥탑사이에서 고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1층과 꼭대기층 사이에서 고민할 일이 있었다.

신혼초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집을 구하려다보니

원룸 아니면 낡은 빌라 꼭대기 뿐이었다.

빌라도 요즘처럼 엘레베이터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은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야 하는

4층 혹은 5층 꼭대기 집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망설임 없이

깨끗한 원룸보다 낡은 빌라 꼭대기를 선택했다.

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고작 전봇대나 전깃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창문을 크게 가리는 것이 없었기에

온전히 해를 느낄수 있는 집이었다.

주말에 늦잠을 잘때면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에 잠을 깨는 것이 좋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집 안에서 느낄수 있어 좋았다.

구름에 가려졌던 햇빛이

구름 뒤로 다시 새어나오는 순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작지만 아늑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집에 있을때 행복했다.

나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장마가 길어지는 날은

나의 에너지의 반의 반도 살아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었을때는

이제 시작된 더위보다 해를 느낄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하루 종일 온우주가 나를 살피는 느낌이었다.

날씨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때론 그것이 나의 감정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불편할때도 있지만

해를 느끼는 순만만큼은 온전히

햇살의 작은 부스러기까지 완전히 빨아들이는 느낌이 든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포근하다.

그 느낌을 맛보면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나른한 주말.

적당히 데워진 평상에 누워

까끌거리지만 포근한 이불을 덮고

정면으로 마주한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는다.

애쓰지 않아도 가질수 있는 누구나의 한때이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가장 애틋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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