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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사그라들기까지.

그저 오늘도 내일도 지금을 산다. (46번째 삼일)

by 김로기

분노가 사그라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욕을 입안에 담아둬야 하고

얼마나 분에 찼는지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새워야 하고

얼마나 새게 주먹을 꽉지었는지

손톱자국이 선명한 손바닥을 바라봐야 하고

얼마나 깊은 곳에서 들끓는지 모를 화를 잠재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분노가 사그라드는 순간이 올까.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 분노에 대한 마지막이 오기는 할까.

그리고 그 분노가 사그라들게 되면

이 모든 사실이 그저 지난 일에 불과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받아치라 하고

누군가는 잊어버리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나는

이 모든 것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같잖은 희망 밖에는 가질 수가 없어서

겨우 겨우 그것이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다.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나를 괴롭게 하지만

시간이라는 막대한 힘 앞에서는

그 무엇도 지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지금을 산다.

그저 오늘도 내일도 지금을 산다.

그뿐이다.

지금이 끝나기를.

그리고 그날 끝에는

부디 그 분노가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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