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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수록 조마조마한 이유.

그의 고단함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나라서. (46번째 이일)

by 김로기

주변에는 자신의 일에 열심히인 사람들이 참 많다.

남들보다 길고 고된 하루를 보내며

쉼 없이 스스로를 갈고닦는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멋지고 대단하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걸까.

그저 남들과 같이 열심히 사는 하루를 보내는 것뿐인데.

그들에게 느껴지는 것처럼

멋지고 대단하다는 마음보다

안쓰럽고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바쁜 와중에 점심은 먹었을까.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졸음운전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지.

그런 마음들이 떠나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퇴근 후에 지친 얼굴을 가장 먼저 보게 되고.

허겁지겁 늦은 저녁을 먹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고.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모든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나라서.

다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칭찬과 존경의 마음을 보낼 수 있음에도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만큼은 그런 마음이 들지 못한다.

어쩌면 열심히 일하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내면의 힘듦이 내게 먼저 와닿기 때문은 아닐까.

보고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의 고단함이 가장 먼저 느껴지기 때문에.

대단한 마음이 들기 이전에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하고 늦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에게

그를 향한 나의 불안한 마음을 비추기보다는

되지도 않는 농담을 건네며

실없는 웃음이라도 짓게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다가

먼지투성이의 빨갛게 충혈된 눈을 꿈뻑이며 들어오는

그의 얼굴을 기억한다.

하루 만에 부쩍 야윈 얼굴로 돌아올지라도

어서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도 내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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