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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도 부럽다구요
어린 시절 신비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네.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38번째 삼일)
by
김로기
Jan 3. 2025
어린 시절
유난히
뛰어놀기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친구가 두 명 있었다.
여섯살즈음 내가 어떤 빌라로 이사를 오고
그 두 친구는 그곳에 먼저 와 있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덕분에 우리도 매일같이 서로의 집에 드나들었다.
그때 우리 엄마들의 나이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정도 되었을 것이다.
엄마들끼리 모여 부업을 하거나
지금의 내가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듯
그때의 엄마들도 그러고 있을 때면
우리는 늘 셋이 만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논으로 둘러 쌓인 섬 같았다.
논과 자그마한 동산 한 두 개가 품고 있는 아늑한 동네였다.
동네가 크지 않아서
한 바퀴를 다 도는데도
한두시간이면 충분했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초등학생 정도가 되었을 무렵에는
우리는 각자 두발자전거 하나씩을 챙겨서
기동력을 강화하곤 했다.
논길을 달려 다른 동네에 구경도 가고
그 무렵엔 각자의 동생들도 합류해서 무리도 더 커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친구 둘은 몇 년째 익숙하게 오르던 동산에서 샛길 하나를 발견했다.
그 산은 동네의 흔한 산책로였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자연스레 길도 넓게 나있었는데도
그날따라 유독 그 샛길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는 반짝이는 눈빛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들어갔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조금 험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욱 흥분시켰다.
내리막으로 연결된 길은
산의 중심부로 우리를 안내하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 뒤
우리는 작은 연못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산에 연못이라니.
머리 위로는 나무들이 높게 솟아 있어서
하늘 끝에 나뭇가지들이 걸린 듯했다.
새소리가 청아하게 귓가에 맴돌고
무지개가 내려앉은 곳엔
연못이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신비롭다는 느낌을 알게 된 때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친구들의 얼굴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꿈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내가 본 것이 사실일까.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 생생하게 남아있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유난히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공존한다.
그래서인지 그 동네에 갈 때마다 그곳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대략적인 위치는 기억이 나지만
산도 깎아내고, 그때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래서 정말 그곳에 다녀온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
그저 산속에 연못 하나일 뿐이었지만
그때의 그 아득하게 신비로운 느낌이
여전히 나를 헷갈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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