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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

결국 현실은 새드엔딩과 닮아있기에. (44번째 삼일)

by 김로기

드라마를 보다보면 결말즈음이 되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제발, 부디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하지만 바라던 결말을 마주했을때엔

어딘가 모르게 김이 빠진다.

해피엔딩을 바라면서도 막상 펼쳐진 주인공들의 행복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모르게 억지로 짜내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회차가 길면 길게는 열시간이 넘는 드라마의 흐름이

갑자기 한순간에 정리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막상 보고 있자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해피엔딩 드라마의 결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오래 기억되는 것도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의 경우가 많다.

사람은 행복한 감정보다 슬픔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역시나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퍽퍽한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내가 추구하는 삶을 대리만족해서 사는 것을

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말 마저도 나를 대신해

그저 모두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실제 나와 닮은

그리고 현실에 있을법한 일들이

더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도 해피엔딩을 꿈꾸지만

그것이 꿈속에 존재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듯이.

우리는 새드엔딩의 결말을 마주할때

현실의 내가 살아온 나와 닮은 그것을

마음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현실과 닮은 새드엔딩보다

그저 꿈속의 해피엔딩이 더 기억되기가 어려운 것 같다.

현실에서도 슬픔보다 행복이 더 익숙한 일이 되어

완벽한 해피엔딩의 드라마가가 마음 속에 오래 기억되는

그날이 머지 않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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