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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비타민.

오글 거리지만 때로는 사실임을 알립니다. (44번째 이일)

by 김로기

티브이 광고나 노래 가사에 나올법한 오글거리는 말.

너는 나의 비타민.

음..

내가 이 말을 사용한 데에는

몇시간을 고민해도 이 말만큼 어울리는 문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부가 각자의 일을 하며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잠시동안 연결된 전화 통화로

상대의 안녕을 예상하곤 한다.

말투나 추임새, 때로는 몇 번 울리지 않은 통화대기음에서도

상대가 지금 기분이 나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런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남편은 어딘가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나는 바로 다시 물었다.

"어디 아파?."

남편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배가. 살짝 아파."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격앙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저번처럼 아픈 거야?. 아픈 지 얼마나 됐는데."

남편은 복통으로 인해 몇 차례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

그 일로 결국 수술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남편도 나도 너무 걱정되고 놀라서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남편이 퇴근해 돌아올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다행히 가라앉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이 되어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출근을 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남편의 목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배가 아픈 건 좀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 근데 끓여준 죽은 개밥같이 되어 버렸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남편은 웃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

어제부터 경직되어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화분에 물을 주고 차를 마시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편은 나의 컨디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쌍둥이도 아닌데

그가 아프면 그 걱정에 나도 몸이 아프고

그가 웃으면 마음이 놓여 미소가 지어진다.

여전히 손발이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나의 비타민과도 같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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