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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알고리즘인가.

취향 강요. (44번째 일일)

by 김로기

취향에 취향을 더해 강요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게 맞춘 콘텐츠들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휴대폰 속 어플 한두 개를 켜보면

오랜 시간도 필요 없고 딱 일, 이분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쩜 그렇게도 나의 취향을 딱 맞춘 것인지.

아침부터 나의 취향에 맞는 사진과 글, 영상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점심을 먹을 때도

나는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이 길다고 해서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게 취향의 힘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나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바람에

오히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틈이 없어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려다가도

우연히 발견한 나의 취향을 한번 터치 함으로써

나는 다시 나의 취향 안에 갇히고 만다.

이제 이런 건 그만 보고 싶은데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이미 짜여진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알고리즘은 그만큼 무섭다.

우스개 소리로 휴대폰 화면이 꺼져 있을 때도

나를 감시한다고 하던데

가끔 보면 정말 그런가 싶을 정도로

나의 대화 주제에 관한 것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인간을 위해 개발되어 언제나 편리하게 써왔지만

일정 부분 강제성을 나타낸 채

나를 그 안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관심사에 어울리는 것들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한때 취향이었던 것에 나를 가두어 버리는 것이라고.

모든 발전이 장단점이 있다는 것은

시대를 거듭하며 당연하게 자리 잡은 이치이거늘

이제는 취향마저

기계의 개입이 반영되고

오로지 나의 생각으로 시작하여 끝맺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다.

가끔은 무엇을 위한 알고리즘 인가 싶다.

새로운 취미나 취향을 찾아보려 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봐야 할지 모르겠다.

당연하게 휴대폰 속 취미를 검색하다가는

어제까지 나의 눈앞에 펼쳐졌던 익숙한 것들이

다시 나에게 취미가 되겠다 강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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