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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많은 미니멀리스트.

정리되지 않은 삶은 방치된 삶과 같다. (43번째 삼일)

by 김로기

이사를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인테리어와

오래된 전자제품 몇 가지를 교체한 것 이외에는

딱히 돈을 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인테리어의 끝은 결국 미니멀이라는 자의와 함께

경제적인 사정에 의한 타의에 결과이기도 했다.

수많은 SNS를 보면서

이사 갈 집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용품을 발견할 때마다

다음을 기약하며 애써 참아야만 했다.

이사를 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돈이 넉넉하지 못해 구매하지 못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필요 없었던 물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반강제로 집에 들이지 못해 아쉬웠던 것이

지금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물론 집안 여기저기 필요 없는 물건들은 여전히 많다.

매일 조금씩 그런 물건들을 정리하며

빈 공간을 만들어 나갈 때마다 느낀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로 꽉 채워져 있을 때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훨씬 좋아 보인다는 것을.

이처럼 우리 일상에는 비워져야 할 부분들이 참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카톡의 메시지들 중에

정작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거의 없다.

어떤 날은 자동으로 발송되는 대기업의 광고만이 가득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괜히 힘이 빠지기도 한다.

모두 내가 무분별하게 추가한 채널들 때문이다.

그리고 휴대폰을 하다가 유용한 정보들을 발견할 때면

화면을 저장해 두는 습관이 있는데

자동으로 갤러리에 저장된 정보들에는

유용한 건강정보들부터

언젠가는 써먹겠지 싶은 레시피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 순간 이후로는

어떤 내용을 저장해 두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아서

써먹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저장된 정보들이 갤러리에 수천 장에 달한다.

이렇게 언젠가 필요할 거라는 착각에 소유하게 된 수많은 것들은

우리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미니멀을 추구한다던 내가 맥시멀리스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소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이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것이 문제였다.

시작이 좋았던 것들이라고 해서

늘 좋은 상태로 내게 남겨지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미니멀한 삶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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