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밥 한 끼 먹는 일이 어려운 이유.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 (43번째 이일)
고작 한 끼 편안하게 밥을 먹는 일이
내게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돌볼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밥 한 끼를 먹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까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들과 밥을 먹는 일이 싫은 것도 아니고
불편해서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면
그들의 기분과 그날의 분위기가 먼저 신경이 쓰인다.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히 예민한 편이 맞다.
더군다나 단둘이 식사를 하는 자리라면
그 예민함은 극도로 발휘된다.
그런 나의 예민함이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불편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줄여 보고자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특히나 나의 예민함이 가장 잘 발휘되는 순간인
식사 자리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그런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라면
상대의 기분도 신경이 쓰이고
말에 대한 답변도 생각을 해야 하고
어색하지 않게 이어가야 할 말도 고민하게 된다.
그 누구도 내게 그것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나에게는 당연한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런 것들에 신경을 써가며 식사자리를 이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밥그릇은 비어있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가방 속 소화제를 찾기 시작한다.
어떤 자리는 식사를 하면서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아, 이미 체한 것 같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모두를 병행하기엔 내가 조금 힘이 든 것이 사실이다.
늘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가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
상대와 이야기를 할 때
잠시 대답이 늦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잠시 그의 기분보다 나를 먼저 신경 쓴다고 한들
나를 나무랄 그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의 반응들을 살피며
매 순간 너무 애쓰려 하지 말고
스스로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도록 해보자.
모든 것을 다 챙기려는 것이 힘들 때는
양해를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일 수 있겠다.
지금 내 옆에 남은 모두는
당연하게 그것들을 이해해 줄 것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려는 마음은 좋지만
어떤 순간에는 나를 먼저 살피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스스로를 의식하고 내가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