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이유.

나를 닮은 사람. (59번째 삼일)

by 김로기

회사에 다니며 내가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 있다.

사람의 관심이 필요할 때면 아무런 말이나 늘어놓고

과거에 얽매여 현실을 부정하고

주위 사람들을 그런 과거의 자신보다 형편 없다며 폄하하던 사람.

겉으론 다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것처럼 행동하곤 했지만

결국 자신은 내세울 것이 없었고

착한 남편과 공부 잘하는 딸내미

다정한 아들의 이야기만이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던 사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잘난척하는 모습이 꼴뵈기가 싫고

그런 와중에 면전에서는 웃는 얼굴을 한채

뒤에서 엄청난 무시와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

정말 싫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의 모습과도 조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 그랬다.

내가 느끼는 그 사람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그를 싫어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나와 닮은 부분들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 집착하고

남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타인을 향한 시기와 질투가 가득하고.

내가 그 사람을 향해

자존감이 얼마나 낮길래 저런 모습을 모이는 것일까 생각했던 것처럼

나 또한 비슷했다.

자존감이 낮고

그래서 자신보다 자신의 잘난 주변 사람들을

마치 자신의 인생인 양 내세울 수밖에 없었고

그 상황에서 도드라지는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닮아 있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단점을 가진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를 싫어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방어기제 같은 것일까.

그렇게 따지면 결국엔 내가 내뱉은 말들과 생각도 비겁한 비난 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나는 그 사람보다 얼마나 나은 사람인 걸까.

이런 비교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건강한 마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한 번씩 생각하면 미워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슬퍼진다.

내가 싫어하는 그와 닮은 모습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어쩌면 내가 미워했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닌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모든 것이 인정하기 힘들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이제라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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