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롱잔치에서 엄마 아빠를 찾던 순간.

인생 첫 번째 안정감을 느끼고 말았다. (73번째 삼일)

by 김로기

어릴 때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던 날.

무슨 동물을 흉내 낸 건지

종이로 만든 머리띠를 올려 쓰고

그에 맞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었다.

드디어 한 달쯤 매일같이 들었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여러 명의 아이들이 줄지어 나와 무대에 섰다.

몸에 배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와는 다르게

나의 시선은 매우 불안하게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모두가 손을 흔들며 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불러대고 있었다.

나의 눈도 한참을 방황한 끝에

엄마와 아빠를 찾아냈다.

그 순간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 달여간을 연습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던 팔과 다리도 그대로 멈춰버렸다.

엄마는 당황했는지 괜찮다며 소리쳤고

아빠의 손에 들린 카메라엔

울기만 하다 끝나버린 어릴 적 나의 재롱잔치가 담기고 말았다.

엄마 아빠는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들 때문에 그날 내가 그렇게 울어버렸다는 것을.

엄마 아빠를 발견하지 못한 채 담담하게 걸어 나왔을 때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환호가 무섭고 떨렸음에도

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막상 엄마 아빠와 눈이 마주치며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난생처음 낯선 두려움 속에서 느꼈던

안정감이었다.

그 순간 엄마와 아빠를 포함한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순간이었겠지만

그렁그렁한 눈으로 엄마 아빠를 찾아대던 어린아이에게는

뭐든 괜찮다며

두려우면 주저앉아 울어도 된다는

다정하고 편안한 그들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모여

비웃듯 놀려 대는 사진 속 흑역사의 한 순간이지만

그날이 내게는

누군가로부터 안정감을 느낀

인생 첫 번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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