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발견하다. (8번째 이일)
며칠 전 자른 앞머리가 애매하게 짧다.
고개를 살짝 들면 있는 책상 위 작은 거울에
비춰 보며 앞머리를 넘겨 본다.
거슬리는 앞머리 정리에서 시작된 얼굴 매만지기가 길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각도를 바꿔가며 얼굴을 비춰보지만
예전과 달라진 모습은 얕은 한숨을 부른다.
옛날 어른들이 거울을 보며 많이 늙었다며 푸념하듯 말하곤 했었는데
마흔을 몇 해 앞둔 내가 벌써 그런 짓을 하고 있다.
늙음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기에
누군가는 나의 나이를 젊다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많다 할 것이다.
아직 늙었다는 표현이 조금 이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창 예쁘고 고울 나이에 비하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얼굴에 달라진 것이 티가 나게 보인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그에 적응하듯 화장 기술은 늘어 간다.
얼굴의 빈틈을 화장으로 대체하다 보니 생긴 나름의 전문 기술이다.
그렇게 후천적으로 발달한 기술로 나의 나이 듦을 조금씩 감춰간다.
그럼에도 모두 귀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마저 순수하게 예뻤던 어린 시절의 나도
화장하며 조금씩 갖춰진 얼굴의 나도
결국 나이니까.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지금의 맨얼굴은
세월이 가져다준 나의 인생과도 같을 테니까.
고민하는 많은 순간을 긍정적인 태도로 대하고
그렇게 내 인생에도 애정을 심어줘야 한다.
먼 미래의 주름진 나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날이 갈수록 화장 기술은 더 늘고, 그만큼 공을 들이는 시간도 길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한숨이 깊어질 필요는 없다.
모두가 나의 모습이니까.
지금부터 내가 조금씩 애정 있게 보듬어 나가서
훗날 나이 듦 그대로 예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