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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을 하면 속이 시원해지나요.

모두가 피곤한 일이 아닐까. (8번째 삼일)

by 김로기

주절주절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늘어놓는다는 표현이 찰떡같이 들어맞는다.

하소연은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토해낸다.

보통 하소연은 혼잣말이라기보다는

들어줄 귀가 있어야 늘어놓게 되므로

듣는 귀들은 매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귀에 피가 날 것 같다는 표현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하소연하는 이의 감정을 공감해 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고통 따위는 최대한 참아가며

심난스러운 표정으로 반응한다.

기계적인 끄덕임도 추가해 가면서.

하지만 듣는 귀를 가진 이도 결국엔 사람이다.

인내심이 바닥으로 향해가는 순간

표정은 서서히 굳어간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강한 F성향을 가진 누구라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상황을 끝마치려 한다.

이때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듣는 이는 깨닫게 된다.

상대는 해결책을 바라던 것이 아니라고.

그저 이 세상 가장 답답한 상황에 처해있는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던 것뿐이라는 걸.

어떤 현실적이고, 신중한 답변도

그들에게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해결책을 제시하는 족족 다른 핑계를 대며

답으로 채택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결국에는 하소연을 끝내게 된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

앞도 뒤도 없는 분통 터지는 말들과 함께.

가만히 앉아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당연히 지쳤을 테고.

과연 하소연을 한 사람들은 속이 시원해졌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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