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고작 집안일. 그 이상이다. (71번째 이일)
며칠 전 주말.
밤 열 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화장실 청소를 하며 서럽게 울었다.
샤워를 하다 더러운 구석이 보이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화장실 청소지만
나에게 그것은 단순 집안일 그 이상이었다.
예전부터 엄마는 말하곤 했다.
집안일 중에 화장실 청소가 은근히 힘들어.
그러니 나중에 결혼하거든
화장실 청소는 꼭 남편을 시켜.
어릴 때부터 그 말을 들으며 자랐다.
우연이었는지 주변에 애처가로 소문이 자자한 가정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이 단순히 집안일의 한 부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끼는 아내를 위해 하는 행동으로 보였다.
이상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로 드디어 나는 결혼을 했고
결혼 초기 남편에게 부탁했다.
다른 것보다도 화장실 청소만큼은 도맡아 해달라고.
그 당시 남편에게는 내 말이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그것이 결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그리 중요한 말로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장실 물때는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대부분의 화장실 청소는 나의 몫이 되었다.
이게 참 이상한 것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서러움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태연하고 느긋한 주말을 보내던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부탁했었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남편은 완전히 잊고 있는 듯했다.
나는 말없이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 서러움이 또 폭발하고야 말았다.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남편의 말도 와닿지 않았고
여전히 나의 몫이구나.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겠구나 싶어서
아이처럼 눈물이 났다.
고작 화장실 청소 하나에 왜 그렇게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지
남편은 모를 것이다.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내가
화장실 청소에 있어서 만큼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나는 쭈그려 앉아 화장실을 청소할 때만큼은
세상 가장 초라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스스로가 너무 가엾어진다.
이 말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나라고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건드려지면 서러워지는 순간이 있듯이
내게는 화장실 청소가 그러한 것이다.
나는 그날 저녁 한차례 서럽게 울고는 남편의 다짐을 받아냈다.
얼마나 갈지 모르는 이 다짐이 그날의 나를 조금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남편의 입장에선 별거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일에 있어서 만큼은
이런 이상한 나를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