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위치가 다르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72번째 이일)
얼마 전 한 토크쇼에서
말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게스트의 진지한 물음에
진행자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을 위한 이야기는 참아야 하고
다수를 위한 이야기는 해야 하지 않나 하고 대답했다.
명쾌한 대답이 있을까 싶었던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대답이 나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이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
다수를 위한 이야기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던 진행자는
지금 누가 봐도 그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위치에서 자신의 말이 힘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상황이라면
그의 말이 백번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이라면
다수를 위한다고 내뱉은 말이
오히려 그 다수를 공격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힘이 없는 자의 말은 왜곡되기 좋고
힘이 있는자들에게
그 반대의 누군가가 던진 말은 때로 덜미가 되기도 한다.
말이라는 것은 같은 말이라고 한들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입을 통해 나오냐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내가 내린 결정은
나의 말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은 침묵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할 말을 못 하는 비겁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말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처한 위치가 다르고
그 말에서 시작된 영향력 또한 다를 것이다.
그러나 말을 하던 침묵하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니만큼
언제나 자신이 놓인 상황을 고려한 채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말을 뱉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