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는 것이다. (72번째 일일)
결혼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주말 약속이 어려워진다.
늘 챙겨야 할 식구가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언제나 괜찮다며 나갔다 오라고 말하고
어쩌면 내가 주말에 약속을 만드는 편이
그에게는 더 신나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주말에는 그리고 남편이 퇴근하는 평일 저녁에는
집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그 시간에 밖에 있기라도 한 날엔
내가 본분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거기에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평일과 주말의 경계는 더욱 뚜렷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유부녀들의 모임은 대부분 평일 낮에 몰려있다.
오히려 맞벌이를 하며 시간이 빠듯할때
더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곤 했던 것 같다.
일을 그만두고 주부에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어쩌면 나에게는 식구들 식사를 챙기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어버린 듯하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한채
가족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채로 말이다.
그러니 그런 일로부터 스스로를 단단히 옳아 매어
가족들의 식사 시간을 침범하는 일은
어떤 일도 만들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다분히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해가 뉘였거릴 무렵이면
카페나 식당의 유부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그들은
마치 식구들의 밥솥이 되어 가는 것 같다며
종종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하루를 치켜세우는 분위기 또한 아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가족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가족을 위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고
그들 또한 자신들의 하루에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