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일들이 없었을 뿐 (76번째 삼일)
요 며칠.
집 안에 큰소리가 난적이 있다.
바로 부부 싸움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리치며 싸우는
그동안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결국 우리도 우리에게서 보고야 말았다.
그동안 우리는 갈등의 상황에서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성향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나의 확신처럼 목소리를 높여 싸울 일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우리 두 사람에게 부부싸움이 생겼던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작고 사소한 일로부터의 시작이었다.
지금 와서는 잘 생각나지도 않을 법한 작은 이유였다.
자정이 다되어가는 시간.
밖에 있던 남편과의 통화에서
나와 남편은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아, 이게 부부싸움이라는 거구나."
알게 된 순간이었다.
상대가 말하고 있다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고.
내 말을 상대가 듣고 있지 않다는 것만 눈에 보였다.
각자의 말만을 앞세우다 보니
의미 없는 말만 반복되어 갔고
오해로 끊겨버린 전화는
서로의 화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결국 서로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나서야
우리의 부부싸움은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나는 그동안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렇게 잘 맞기는 힘들 것이라고.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도
현명하게 어긋난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던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어쩌면 큰 갈등이 만들어질 만한 상황이 없었을 뿐
그런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도 갈등의 상황에 직면하면
남들과 같은 이기적인 두 사람이 될 뿐이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닥칠 갈등의 순간을 현명하게 풀어 나가기 위해
자신했던 우리를 다시 되돌아봐야만 한다.
그동안 착각했던 우리의 진짜 다름이 무엇인지
이제라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