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저마다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76번째 이일)
작은 바람에도 벚꽃잎이 눈발이 되어 날리던 날.
현충사에 갔던 적이 있다.
정말 봄이 온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고 따뜻했던 날.
우연히 현충사 근처에 있던 나는
벚꽃과 온갖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던
그곳으로 향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듣던 대로 꽃들이 가득했다.
한 번씩 부는 바람에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다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계신 할아버지들을 발견했다.
어디서들 봄맞이 여행을 오신 듯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자며
더 좋은 곳이 많다고 달래는 가이드의 말이 들리지 않으시는지
할아버지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기미가 안보이셨다.
속으로 "저 가이드 오늘 꽤나 고생 좀 하겠다."며 생각했다.
아직 입구 근처까지 밖에 오지 못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더 많은 꽃과 나무가 그득할지.
이런 나도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그 모든 걸 나보다 더 잘 아는 가이드의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탈까 싶었다.
내 예상대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장관이 펼쳐졌다.
몇백 년을 살아온 거대하고 푸르른 나무부터
단정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온 현충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충분히 즐기고 돌아 나오던 길에
입구에서 만났던 할아버지들이 여전히 그곳에 계셨다.
이제는 가이드도 포기했는지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고작 입구 밖에 안되더라도
그곳이 그렇게 좋으신 듯했다.
나도 가이드도 아무리 현충사 깊은 곳의 아름다움을 설명한들
할아버지들에게는 그저 힘든 고행의 길일뿐이었다.
그들에겐 입구 가까이 피어있는 한그루의 벚꽃나무가 제일이었고
그 아래 그늘이 현충사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무엇이 좋다고, 최고라고 한들
내게나 최고가 될 뿐이었다.
저마다 각자 마음에 차고 좋은 것이 따로 있다.
내게 좋다고 모두에게 좋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들 저마다의 좋음이 있고 저마다의 까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