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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 무탈함은 한 끗 차이다.

노력으로 얻어진 순간이니 안심해도 좋다. (77번째 일일)

by 김로기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다.

정해진 틀 밖으로는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이 지루했다.

하루하루 권태로웠다.

나는 그렇게 쌓여가는 날들이 아까웠고 그래서 불안했다.

어딘가 앞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한 번씩 이런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다 한때였다.

학급이 바뀌고 친구들과 익숙해져 갈 때.

새로운 회사에 적응이 될 만할 때.

집 안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루틴이 잡혀 갈 때.

겪고 보면 모두 안정권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변화에 적응하며 무사히 살아내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적응하고 있고

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그만큼 노력하고 애를 쓴 덕분에 찾은

안정적인 삶의 증거였다.

어쩌면 권태롭다는 말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쌓아둘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 시간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권태로운 순간들에는

언제나 무탈했고

언제나 평온했다.

그런 감정들이 잠시 지루함을 불러왔을 뿐

절대적으로 감사한 순간들이 아닐 수 없다.

지루한 일상을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잠시 눈을 감고 환기를 해보자.

결국 내가 느낀 권태로움은 무탈하고 감사한 시간들일테니까.

무탈함과 권태는 한 끗 차이다.

지루하다 느끼는 순간이 감사한 하루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혹은 요 며칠이

내게 정체되어 있는 듯한 권태로운 느낌이 든다고 하여

절대 실망 할 필요도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이야 말로

그간 내가 쌓아 온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그저 감사한 순간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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