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가질 수 없는. (77번째 이일)
요즘은 초저녁이 지나도 생각만큼 어둡지 않다.
종종 찬바람이 불긴 하지만
저녁 산책을 나가기에 꽤 좋은 날들이다.
그리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저녁 산책을 나갈 채비를 한다.
매번 정해진 코스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길을 걷곤 한다.
그날도 집 근처에 맞붙어 있는 중학교 즈음을 지나갈 무렵이었다.
탄력 있는 농구공이 바닥에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렴풋이 불빛이 퍼지고는 있었지만
골대가 보이기는 할까 싶은 농구코트 안에서
십 대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지치지 않는 그들의 소리가
잠시 발을 멈추게 했다.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보이는 듯했고
보이지 않는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신이 난 듯했다.
저게 바로 젊음이구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와
신나게 튀어 오르는 농구공 소리가 들렸다.
학창 시절 땡볕 아래
체육복이 다 젖도록 뛰어다니던 학생들이 생각났다.
그들에게는 더운 날씨도 젖어가는 체육복의 찝찝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노는 것이 전부였던 아이들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시절.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에는 "젊음"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르곤 했겠지.
지금의 나처럼.
비록 지금은 삼십 대, 사십 대가 젊음에서 빗겨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십 대만 가질 수 있는 젊음과 혈기가 따로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에게서만 느껴지는
지치지 않는 기운이 그 어두운 밤에도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혈기에 반해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그들의 젊음이 탐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