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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

경험은 또다시 힘이 된다. (79번째 이일)

by 김로기

내 인생에서 겪은 첫 번째 좌절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을 때였다.

많은 아이들이 대학을 기점으로 인생의 첫 번째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그때는 수능을 망치고 대학을 못 가면

인생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나는 여러 군데의 원서를 접수하고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에 입학하고 말았다.

고등 3년 내내 후보에도 없던 학교였다.

하물며 4년제도 아닌 2년제 대학.

좌절하고 주저앉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그에 맞는 결과일 뿐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우리 집 사정상 재수 같은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학업에 큰 뜻이 없었더랬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인지 수능 점수를 한참 남겨 떨어진 학교라

2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인생 첫 번째 좌절로 남았던 순간은 생각 같이 나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좌절의 순간은 직장생활에서 벌어졌다.

직장동료와의 트러블이었다.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었고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그때는 그랬다.

버티고 버텼다.

그 아이도 나도 7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한 공간에서 버텼다.

그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매일매일 시들어 갔고

스스로도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가 아닌가 싶은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던 날들.

살아오면서 처음 겪는 일분일초가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

결국 나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고 그 아이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는 팀 내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두 번째 좌절의 순간도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좌절의 순간은

끝날 것 같이 끝나지 않던 우리 집의 빚 문제였다.

어릴 때부터 겪어 오던 일이라 이젠 괜찮을 줄만 알았는데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은

사람을 정말 주저앉아 울고 싶게 만든다.

결혼 후 이제 더는 엮이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나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무력함을 느꼈다.

더 이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느낌.

내 인생은 앞으로 이렇게 끝이 나겠구나 하는 확신.

그런 좌절의 그림자가 또다시 나를 덮어갈 무렵.

다행히도 내겐 남편이 있었다.

물론 스스로 진흙탕 속을 걸어 나와야 했지만

바로 앞에서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 세 번의 좌절의 순간을 딛고 일어섰다.

물론 자잘한 실패를 거듭하는 순간은 더없이 많았지만

위의 시간들을 겪어낼 때의 고통을 따라오지는 못했다.

살다 보면 좌절의 순간들은 너무나도 많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라는 게 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그 순간들마다 주저 앉아버렸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신이 감당 할 만큼의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는 말은

야속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 모든 좌절을 딛고 일어선 후에야 알았다.

앞으로도 내게 닥칠 좌절의 순간이 수 없이 많을 테지만

그때마다 나는 나를 일어서게 할 힘을 가졌다는 것 또한 함께 기억해야 한다.

모두 지나고 봐야 안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모든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한 번, 두 번 경험한 그때의 일들이

앞으로도 나를 일어서게 만들 힘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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