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이 없어도, 세끼의 하루를 벌었다. (83번째 일일)
얼마 전 시즌 4로 다시 돌아온 '태계일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첫회를 보게 되었다.
이번 여행지는 '차마고도' 다큐를 통해 잘 알려진
네팔이었다.
그중에서도 셰르파에 대한
기안의 호기심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여행 첫날 허름한 식당에서 마주친
어린 두 셰르파의 하루를 따라가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하루가 내게 큰 무언가를 남겼다.
스무 살 남짓한 두 셰르파는 하루 일을 하면
우리 돈으로 만오천 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그리고 기안과 마주친 식당에서의
저렴한 한 끼는 오천 원이었다.
기안이 잠시 머리를 굴리는 듯하더니
"그럼 세끼를 먹으면 남는 게 없는 거 아니야." 하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린 셰르파를 쳐다봤다.
그때 그 셰르파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그래도 배는 부르잖아요."
맞다.
하루 열심히 일해서 세끼 먹을 돈을 마련했으니
그는 그의 몫을 해낸 것이다.
우리라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토록 긍정적일 수 있을까.
긍정은커녕
당장 내일의 앞날이 걱정되어
오늘의 하루를 질책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루를 살았다고 한들
우리는 그런 하루의 결과가
고작 하루세끼라는 사실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어쩌면 주어진 환경이
그는 배부른 세끼를 감사하다 여기고
우리는 미래가 없는 고작 세끼뿐이라고
여기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바꾸지도 못할 주어진 환경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충분히 열심히 애쓴 하루를 보내고 있고
그렇다면 질책보다는
응원을 보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고작 세끼의 하루를 더 벌게 되었지만
내일은 어떤 보상을 얻게 될 하루가 될지는 모를 일이다.
어떤 결과의 하루를 살아냈든 간에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면
우선은 그 하루에 감사고 보는 것이 맞다.
감사히 여기고 최선을 다한 내일에는
분명 달라진 세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배부른 세끼가 그저 남의 일이 아닌 하루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