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다시 올 그날을 위해 지금을 소중히. (85번째 이일)
갤럭시 휴대폰에는
나조차도 잊고 지내던 나를
기억하게 하는 기능이 하나 있다.
원래가 최신 휴대폰을 구매해도
새로이 업데이트 된 기능은 잘 사용하지 못하는 터라
어떤 기능이 좋다는 말을 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웃음을 짓게 만드는 기능.
어떻게 설정한 건지
아니면 자동으로 설정이 돼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는 그 기능이
가끔 한 번씩 나를 웃음 짓게 만든다.
오늘 아침 어제 찍어 두었던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속 갤러리 앱을 열었는데
'6년 전 그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몇 장의 사진이 슬라이드로 보여졌다.
평온하고 적당한 음악과 함께.
평소였다면 느리게 한 장씩 넘어가는 사진이 답답해서
바로 닫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날의 나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행복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바로 남편과 결혼 후에 처음으로 갔던 일본여행 사진이었다.
그때 우리가 보고, 먹고, 느꼈던 것들이
그 사진 몇 장을 통해 느껴졌다.
지금과는 다르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둘의 얼굴에는
몇 년 사이에 쌓인 걱정이나 근심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전의 사진도 아니었지만
지금과는 다른 앳된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이래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아침 눈을 뜰 때까지만 해도
피곤에 지쳐 눈이나 비비고 있을 줄 알았지.
6년 전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 사진들 중 하나를 골라 남편에게도 전달했다.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이 기억하는
그날의 추억에 잠겨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몇 년 뒤 어느 날엔가
지금보다 더 삶이 건조하고 나른해질 때쯤엔
어떤 사진들이 그날의 나를 미소 짓게 할지 궁금해졌다.
그러기 위해선
그때 떠오를 사진 속 우리가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지금의 날들을 소중히 남겨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