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한 날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86번째 이일)
한동안 울리던 건조주의보가 물러가고
이제는 하루 종일 쨍한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해마다 장마가 길어진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장마일리가 없다.
아니면 장마를 준비하는 기간마저 길어진 건가 싶었다.
날이 습해지고 나면 옷장에 빨래까지 온통 타격을 입는다.
그중 제일은 침구이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쾌적해야 하는 공간인 침대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환기를 위해 잠시 열어두었던 창문으로
보이지 않는 기분 나쁜 습기가 들었는지
침대 위 이불에 눅눅함이 가득하다.
몸을 뉘이려 이불속에 누웠다가도
잔뜩 습기를 먹은 이불이 푹 꺼져 올라올 줄을 모른다.
베개에 손을 올려봐도 마찬가지다.
그런 침대 위에서 잠을 자다가는 오히려 몸이 더 아파질 것만 같아서
꽤 따뜻해진 날씨임에도
잠깐동안 켜둔 온수매트가 침대 위 습기를 조금이나마 없애주곤 한다.
매년 더 빨라지고 더 길어지는 장마와 더위는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게 할 예정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습하고 더운 그날들을 줄여보고자
매년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움직임들도 많고
단체에서 나서서 큰 규모의 환경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하게 나빠지는 지구의 슬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생각보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 흔한 일회용품 줄이기부터
필요한 만큼만 물건을 구매하고
각종 에너지 및 물 아껴 쓰기.
모두 어릴 때부터 강조하고 자주 쓰이던 말들이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주 쓰이고 있는 말들이지만
얼마 후에는 강제로 행해져야 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 시간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엔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쓸 때 없이 켜진 등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같은 일상에 근접한 것들을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