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는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96번째 이일)
어쩌다 보니 물리적으로 남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살면서 요즘처럼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휴식기를 가지면서
이런저런 계획이 많았지만
얕고 넓게 펼쳐진 계획들이 혹여 무의미해지지는 않을까 싶어졌다.
분명 지금의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더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훗날 나의 인생에 큰 보탬이 될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씩 나의 여유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뭐든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어떤 고민이든 나쁠 거야 없겠지만
지금의 나의 고민은
무엇이 되었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다면
무의미한 고민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신에 뭘 하든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 것.
결국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운에 맡겨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당장 내켜하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분명 나는 그것들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함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되
그 노력이 그때의 최선이 되어 있기만 하다면
어떤 성과가 나든 큰 후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운에 맡겨 그 최선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미래의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르고
당연히 그것을 위해 미리 갖추어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지금.
그럼에도 나는 무엇인가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경험만큼은
훗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막연히 고민하며 초초한 날들을 보내기보다는
굳이 다가 올 날과 연관 지으려 하지 말고
당장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자.
지금 나의 최선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